‘나의 시선으로 음미하는 자연’

글_장혜지 (태안문화원)

2년 안에 다시 떠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는 귀촌에서 저는 이제 7년째 살고 있으니 이쯤 이면 잘 살고 있다!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줍 니다. 문화가 다른 곳으로의 이주라는 점에서 귀촌은 흡사 이민과도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마다요.(웃음) 그림 작업을 하는 생활, 제가 가진 성향,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 등이 시골살 이의 이점과 잘 맞아서 저는 여기 사는 것이 참 좋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하고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진 것은, 태안이 라는 지역 안에서 직업적인 일과의 연결 지점이 생기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촌이란 한적한 휴가가 아닌 삶이기에. 한 사람이 사는 동안 가 장 많은 시간과 비중, 영향을 차지하는 직업과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야만 할 테니까요. 태안에 살면서 이어졌던 몇 가지 전시를 소개 해 봅니다.

천리포수목원

15년여 전쯤 민간 수목원이었던 태안 천리포 수목원이 일반인에게 첫 개방된 지 얼마 안 되었 을 때인데, 친구 덕분에 수목원 내 숙소에 묵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날 후로 어느 수목원을 가더라 도 제 맘속 1등은 쭉 천리포수목원인데 훗날 제 가 그 근처에서 살게 될 줄은 함께 숙소에 묵었던 친구들도, 저 스스로도 몰랐겠지요.(웃음)
귀촌한 뒤로 오래 작업해온 주제 중 는 새가 등장하는 시리즈입니다. 그래서 자연 가까이, 수목원 같은 곳에서 전시를 한다면 얼마나 잘 어우러질까 하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 곤 했는데 좋은 기회로 천리포수목원에서 전시 ‘나의 시선으로 음미하는 자연’ 태안문화원 글_장혜지를 열 수 있었습니다. 전시 장소와 전시 주제가 연결되는 흐름도 좋았지만 제게 한가지 더 특별 한 전시로 다가온 점은 바로 관람객 입니다.
전시장은 수목원 내에 있었기 때문에 가령 삼청동 쪽에 갔다가 근처 갤러리를 들린 것과도 다르고, 전시 관람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외출한 것과도 다른 관람객이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온 다양한 나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면서 동시에 수목원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 진 특정한 사람들만이 전시의 관람객이 되었으 니까요. 이런 부분은 특별하기도 하고 또 굉장 히 특이한 경험이라고 생각됩니다.
수목원을 한껏 거닐다 전시장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새가 등장하는 그림을 수목원의 연장 선으로 느끼는 듯했고, 안팎으로 새들에 둘러싸인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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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문화원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내 나들이를 나가면 들리는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데 도서관과 태안문화원이 손가락 두 개를 차지합 니다. 그중 태안문화원은 1층에 있는 전시실이 있어 종종 둘러보기도 하고, 2층에 작은영화관 이 있어서 매점이 있는지라 캐러멜 팝콘을 즐겨 사 먹기도 했습니다.
해를 거듭해 사는 동안 지역에서의 도서관과 문화원이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문화적 활동 과 여가가 되는지 실감하며 문화원에서 전시를 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대 관 공모를 통해 전시 기회가 생겼을 때 길게 고 민하지 않고 <무릎을 굽혀 작은 것들을 들여다 볼 때>라는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귀촌하고 처 음 시작했던 주제이면서 또 제가 가장 오랫동안 작업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이곳에 살며 계속 해나가고 싶은 주제이니까요.
태안문화원은 시내에서 유일한 영화관과 더불 어 문화강좌도 열리기 때문에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 찾게 되는 공간임을 전시 동안 조금 더 체 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참, 한동안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미술수업 을 했던 때라 한날은 아이들과 다 같이 손잡고 와서 전시를 봤던 것이 특별하고 다정한 추억으 로 남았습니다.

짜잔 홈갤러리

전시장의 하얀 벽과 밝은 조명, 깨끗하 고 조용한 공간은 작품에 집중하도록 하 는 근사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공간 에만 있는 특유의 집중력, 평범과 비범 이 동시에 앉아있는 모습이 좋아요. 그렇 긴 해도 저는 제 그림의 마지막 정박지가 사람 의 일상이 오래 머무르는 공간(집, 사무실, 영업 장 등)이길 개인적으로는 바라고 있습니다. 오 래전부터 어떤 집에 그림이 있고, 그 집에서 지 내는 사람의 시간과 생활적인 모습, 소음, 냄새 등이 더해지면서 그 전체가 커다란 그림이 되는 걸 상상하기도 하고, 그림이 태어나고 자란 장소인 우리집이 생가(生家)가 아닐까 하는 생각 과 동시에 집에서의 전시도 상상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페이퍼 그라운드’의 임나은 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 고, 혼자 상상할 때는 용기가 한참 부족했지만 둘이 되니 모험을 감행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기획자 입장에서도 작가 입장에서도 이 전시 는 실로 모험이었습니다. 우선 작가의 작업실을 개방하는 오픈 갤러리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제가 살고 있는 집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고, 시골 골짜기에 있는 이곳에 찾아온 이들이 충분히 만끽하고 완전히 머무르길 원했기에 예약제 운영과 더불어 1시간에 1팀이 관람하는 홈갤러리 프라이빗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임나은 대표가 쓴 큐레이터 노트 중 일 부인데요, 전시의 여러 면모가 엿보이는 글이라 부분 발췌해 봅니다.

(생략) “<풀지 않는 신비>” 시리즈는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크고 작은 감명과 영감의 순간 들을 찾아 나선 작가의 여정을 담은 작업들이 다. 마당에 떨어진 도토리에서 뿌리가 나고 나 무가 되어가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때, 반려 견과 하늘의 별을 바다보다 문득 이 넓고 광활 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생생히 느낄 때, 바다 수영을 마치고 매일매일이 다른 노을 의 색감을 목격할 때. 작가는 이 신비로운 순간 의 감정들을 수집하듯 그림으로 기록해두었다. 선으로, 무늬로, 감정의 모양을 그려나간 이 드 로잉북은 수년간 일기처럼 쌓여가며 어느덧 열 권 이상이 되었다. 그리고 드로잉 북에 그려진 요소요소들을 발췌하고 이리저리 조합하여 커 다란 캔버스 위에 다시 옮겨 담았다.

하나의 캔버스는 마치 작가의 하루인듯 느껴 진다. 삶을 받치는 뼈대가 되고, 일상이 되어 준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 그중에서 다시 발췌하 고 조합하여 만든 새로운 오늘 하루. 캔버스 안 에는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에 크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선택하고 꾸려나가는 짜잔의 조화로운 하루가 담겨있다.

올 가을, 태안에서 열리는 홈 전시 <풀지 않 는 신비>는 이렇게 완성된 22점의 작품을 작가 의 생활공간이자 작업공간인 ‘집’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프라이빗 한 전시이다. 일상 속으로 찾아 왔던 신비로운 감정들을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 풀어놓은 이 전시는 작품뿐 아니라 작품의 토대가 되는 작가의 생활 공간을 동시에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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